남편의 콩서리 추억
 
“오늘도 호박볶음, 파란 전, 온통 파란 반찬이네, 어제도 새파란 상추 비빔밥이었는데.” 남편의 말에 나는 “채소가 몸에 좋은 걸 모르나이까? 추석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 당분간은 채소 반찬에 불평 마시기를” 오늘도 어제도 우리 집 반찬은 온통 텃밭에서 나온 채소 반찬이다. 
 
그제 일요일에 밭에 갔다 와서 저녁상에 고기도 없고 해물도 없는 전을 했더니 남편이 한 말이다. 전은 밀가루, 부침가루를 조금만 넣고 채소 위주로 하여 기름(아보카도 오일)을 넉넉히 넣고 약간 높은 온도에서 전을 부치면 바삭바삭한 채소의 맛을 한층 더 느낄 수 있어 좋다.
  
 
더운 여름이 지나 가을 상추는 보약이라고 상추 씨앗을 뿌렸더니 요즈음 곱게 나온다. 솎아서 비빔밥으로 딱 먹기 좋다. 부추도 새로 나오고 무엇보다 미나리가 여름내 숨어 있다가 요즈음 다시 예쁘게 고개를 들고나온다. 쪽파도 어려서 상추와 쌈을 해서 먹기에 딱 좋다. 물론 작아서 다듬기가 좀 그렇지만, 호박도 찬 바람이 부니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당근을 뽑아보니 굵기가 젓가락 같다. 내가 길렀으니 먹지 이런 당근을 팔면 누가 사겠는가? 손가락보다 가는 당근을 조심스럽게 다듬어 송송 썰어 같이 넣는다. 사실은 전이 푸르지만 붉은 당근, 초록의 파와 미나리, 연두의 호박이니 삼색이다.
 
 
주말마다 텃밭에 가면 저절로 신이 난다. 김장거리 배추도 무럭무럭 크고 총각무도 잘 자란다. 오는 길에는 상추와 호박이 한 아름이다. 이런 맛에 텃밭을 한다고 하니 남편은 텃밭이 그렇게 좋으면 원두막 하나 지어 아예 밭에서 살라 한다. 원두막은 수박이나 참외가 익어갈 무렵 누가 서리를 해 갈까 봐 지키느라 밭 가운데 짓는 거지 아무렴 채소밭에 원두막을 짓나?
 
그러고 보니 추석 전 이맘때면 고향 친구들과 콩서리 해 먹던 생각이 난다고 남편은 말한다. 콩밭의 풋콩을 주인 몰래 서리해서 구워 서로 교대로 망보며 뜨거워 손을 후후 불며 먹었다 한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밭 주인에게 들켜도 그렇게 무섭게 혼나지는 않았다 한다. 요즈음 같으면 아마도 잡혀 끌려가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시골의 인심이 후했다. 그리고 누가 누구네 집 아들이라는 걸 다 아는 이웃이었기도 했다 한다.
 
남편뿐만 아니라 나 또한 어릴 적 추억이 있다. 봄에 보리밭이 파랄 때 보리 잎을 따서 신랑은 짧은 머리 각시는 긴 머리를 해서 신랑·각시를 만들어 소꿉놀이를 했다. 빨간 벽돌을 곱게 갈면 고춧가루가 되고 메꽃 뿌리를 따서 식량을 했다. 그리고 밀이 익어 가면 밀 서리를 해서 불에 구워 두 손바닥이 시커멓게 싹싹 비벼 알을 씹으면 지금의 껌이 되었다. 입이 시커머니 엄마는 어느 집 밭에 가서 놀았냐고, 마치 알고 있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여름이면 친한 친구들과 한 친구의 고향인 경북 선산에 가서 참외밭 수박밭에 가서 원두막에서 먹고 놀았다. 공부한다고 잔뜩 갖고 간 책은 책장도 넘기지 않았다. 남편과 둘이 신나게 내기하듯 추억 이야기를 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참, 아이들보고 전 갖다 먹으라고 전화한다는 것을 잊었네.” “얼른 전화하지, 벌써 저녁 먹었을라.” 내일 3일은 일산 장이 서는 날이다. 아이들 데리고 시장 구경도 하고 풋콩도 사서 구워 먹어봐야겠다. 옛날의 그 맛이 날지 궁금하다. 나겠지, 아니 더 맛이 나겠지, 누가 하는데.
 

<시니어리포터 조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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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조원자 (큰며느리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많은 이야기 나누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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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홍경석 10월13일 오전 6:52
저도 과거 여름 원두막에서 수박서리 하다가 붙들려 비오는 날 먼지 나듯 맞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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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0월13일 오후 10:12
이런 주인이 그 날 좀 화가 난일이 있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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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0월12일 오후 11:18
정말 부러운 건강한 식단입니다. 콩서리의 추억도 곁에서 지켜보았던터라 정겹게 그리워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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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0월12일 오후 11:33
네, 감사합니다. 시골에서 크신 분들은 아마도 콩서리, 참외서리는 다 하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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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10월12일 오후 7:33
콩서리맛! 니들이 그맛을 알아? 그때는 그렇게도 맛있었는데 아마도 지금은 그때 그맛이...입맛이달라진거겠죠. 배고팠던 시절이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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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0월12일 오후 10:25
요즈음도 가끔 풋콩을 사서 쪄서 먹기도 합니다. 한알 두알 먹는 맛도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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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10월12일 오후 4:28
풋콩 서리해서 모닥불에 구워먹던 생각이 나네요 ㅎㅎ 입가에 새까많게 해가지요 남편이나 조원자님도 같으시지요
부럽네요 텃밭에서 항상 싱싱 야채를 맘것 드실수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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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0월12일 오후 10:26
작은 텃밭에서 싱싱한 채소를 먹습니다. 재미로 하기에 즐겁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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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연 10월12일 오전 11:37
메꽃뿌리로 어떻게 식량을 했을까요? 건강이 묻어나는 식단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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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0월12일 오후 10:26
배 고픈 시절 메뿌리로 먹은 가정도 많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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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10월12일 오전 8:34
시골 냄새가 납니다. 시골에서 친구들과 살던 때가 생각나곤 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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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0월12일 오후 10:26
남편은 그 시절이 좋았다고 가끔 그리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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