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표현법’ 단상

 
같이 근무하던 K 과장이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었다. 함께 야근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꽃까지 피우며 우정을 다져왔던 그였다. 그랬거늘 하지만 정작 그만두던 날에 그는 아무런 소리 소문조차 없이 조용히 증발했다. 하여 언제든 연락을 취해 소주라도 나눌 요량이다. K 과장은 56년생이니 필자보다 3년 연상이다. 따라서 올해가 아니라 이미 2년 전에 정년퇴직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지금껏 근무할 수 있었던 연유는 전임(前任) 직장상사의 후덕한 마인드 덕분이었다. 그는 근무 중 큰 흠결이 없는 이상엔 자신의 권한으로 3년 더 촉탁 사원으로 일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었다. 그랬는데 그가 올해 처우가 더 나은 직장으로 가는 바람에 그의 공약(公約)은 그만 휴짓조각의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아무튼 나이를 떠나 때론 친구처럼 살가웠던 K 과장의 느닷없는 퇴직은 새로 부임한 직장상사의 깐깐한 심성이 한몫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내년이면 정년의 종착역에 닿는 나의 마음도 한층 바빠지게 되었다.
 
올해로 7년 차 경비원인 필자는 올해 말이면 다시금 2019년도에도 계속하여 근무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 받게 된다. 1년 단위 계약직 사원의 비애(悲哀)다. 회사에서 재계약을 해주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K과장처럼 아웃의 절차를 밟을 것이다. 어쨌거나 7년째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했노라 자부하는 터다. 
 
여기엔 나름 ‘햄버거 표현법’이라는 긍정 마인드의 견지와 어법(語法) 또한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햄버거 표현법’은 하버드 경영대학의 에이미 커티 교수가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과다. 사람은 몇 초 이내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되, 어떤 관점에서 평가를 하느냐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 관점은 바로 ‘따뜻함(Warmth)’과 ‘능숙함(Competence)’이다.
 
햄버거의 유래는 원래 몽골인들이 ‘타타르 스테이크’라고 부른 것을 시작으로, 그다음 독일인들이 ‘함부르크 스테이크’, 그 후엔 미국인들이 ‘햄버그스테이크’로 부른 것이라고 한다. 평소 술을 좋아하다 보니 해장국 역시 즐겨 먹는다. 한데 콩나물국과 북엇국 등으로 해장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피자와 햄버거를 새로운 해장 음식으로 꼽는다고 하는데 아들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필자와 같은 베이비부머는 평소에도 햄버거를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데도 ‘햄버거 표현법’은 먹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장르이기에 선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 ‘햄버거 표현법’엔 무엇이 있을까? 햄버거는 빵을 먹기 위함이 아니라 그 속에 든 스테이크를 먹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말을 할 때도 햄버거와 같은 표현법이 있는데 그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적인 내용을 가장 잘 전달하는 것이다. 예컨대 햄버거 표현법에서 아래의 부드러운 빵은 ‘쿠션 표현’이며, 위의 부드러운 빵은 ‘권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자신이 요구하거나 제안하는 말 앞에 ‘죄송하지만’, ‘미안하지만’, ‘실례지만’, ‘번거로우시겠지만’ 등의 말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럼 그 말을 들었을 때 상대방은 자신이 듣게 될 말을 대략 추측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지 추측하게 되면 저항감은 훨씬 줄어든다. 그처럼 부드러운 쿠션 표현으로 말을 시작했다면 이제 부드러운 빵으로 위를 덮듯이 권유형으로 말을 마무리하라고 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서 ‘~해주시겠어요?’, ‘~해 줄래요?’,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부탁하는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싶은 법이다. 그 때문에 명령형의 딱딱한 말로 마무리했을 때보다 ‘햄버거 표현법’은 훨씬 부드럽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까지 갖추는 셈이라 하겠다. 
 
기온이 본격적 겨울로 진입하고 있다. 올해 말에도 부디 내년에 역시도 근무할 수 있게 결정되길 바란다. 그래야 고삭부리 아내도 걱정을 덜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실로 오랜만에 햄버거나 하나 사 먹어 볼까.
 

<시니어리포터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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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홍경석 (일필휴지)
소생의 글을 아껴주시는 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만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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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홍경석 2018년12월7일
감사하고,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출간 계획으로 그동안 바빴습니다. 찬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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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2018년11월29일
안녕?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근무도 성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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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1월29일
직장내의 미묘한 상황이 느겨집니다. 서로 돕는 분위기가 근무하기 좋은 환경인데 그렇지 못한 환경인가 봅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기 바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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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018년11월29일
저도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쩌나 손자들이 '할머니 한입 드셔볼래요' 하며 괜찮아 하면서 한 입 크게 먹어보면 안의 스테이크위의 치즈가 살살 녹는 맛에 혀가 즐거움을 느낍니다. 어쩌다 하번 드셔도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선생님께서 원하시는대로 잘 되실 듯합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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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2018년11월29일
충분히 올해를 마무리짓도 또다시 일거리가 지속될것으로 확신하면서 기원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일 많이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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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2018년11월29일
햄버거에 섥인 이야기와 각종 표현법에 대하여 잘 보고 갑니다. 2019년 내년에도 홍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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