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소풍 같은 이야기 '아부지'
 
학교 동아리에서 첫사랑으로 만난 희주와 정호! 가진 것 없는 정호는 희주의 부모님으로부터 결혼 반대에 부닥치는 어느 날 정호가 데모에 연루되어 연행되자 당시 장교이신 희주의 아버지의 입김으로 풀어 주는 조건으로 두 사람이 헤어질 것을 약속한다. 세월이 흘러 희주는 정호를 찾지만, 그는 이미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다. 
 
희주가 책방을 하며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혼자 살아가던 어느 날 책방에 들른 정호와 재회하게 된다.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 정호는 희주를 연우와 수희의 새엄마로 맞이하지만, 아이들은 엄마로 인정하지 않으며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그중에도 두 사람은 안정되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고 행복한 생활을 해나간다. 
 
 
퇴근하기가 바쁘게 녹번역에서 선배 언니를 만나 연극 ‘아부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 유어스테이지에서 선물로 준 연극 티켓 아부지, 압구정역 윤당 아트홀 8시 공연이다. 우린 느긋하게 발걸음도 재촉하지 않은 채 서로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나섰다. 
 
막내로 자란 언니는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랐다고 한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온통 따뜻함뿐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난 아버지의 기대가 큰 만큼 뭐든 최고여야 했고 그렇지 못할 땐 굉장한 꾸지람과 벌이 내려졌다. 아버지가 보일 땐 언제든 책상 앞이나 엎드려서라도 공부를 해야 했고 하는 척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 노는 모습이 눈에 띄었을 경우엔 호된 불호령과 무서운 체벌이 내려졌다. 그 당시 아버진 뭣 때문에 내게 그렇게 큰 기대를 거셨을까, 지금도 생각하면 의문스러운 건, 그다지 특출나게 공부를 잘 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그다지 뛰어나게 가르치신 것도 아니면서 무슨 기대를 그리하신 것일까. 
 
짧은 생을 마감하시면서 좋은 아버지 모습이나 많이 보여 주시지 기억에 남는 건 불호령하시는 아버지 모습뿐이다. 언니와 서로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압구정역에 도착하여 약도를 보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 둘 다 길치인 우린 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서 오고 다시 처음부터 더듬어 가다 보니 돌고 돌아 45분 만에 윤당 아트홀을 찾았다. 다리가 불편한 언니가 걱정스럽고 미안했다. 
 
추첨 상품이 있다기에 언니에게 하나 써서 낼 것을 권했고 나도 하나 써서 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추첨이 시작되었다. 이 많은 사람 중 단 한 사람만 상품을 준다기에 어이가 없었다. 최소한 셋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 속에 ‘이 많은 사람 중 당첨되는 사람은 행운 중에 행운이겠다’라고 우리가 속삭이는 찰나 언니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고 마치 내가 뽑힌 양 힘껏 손뼉을 쳤다. 다리가 아픈 언니에게 조금은 덜 미안한 가운데 연극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정호가 이상한 증세를 보이자 희주는 치매가 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아이들을 불러 병원에 모시고 갈 것을 의논했으나 평소 엄마로 생각조차 않던 연우와 수희는 오히려 아버지를 치매 환자 취급하는 새엄마를 집에서 내쫓기까지 한다. 치매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보니 힘이 들 대로 들고 생활이 엉망이 되어 버린 연우와 수희는 새엄마를 다시 찾는다. 
 
다시 불러 준 것만이라도 고마운 희주는 한걸음에 정호에게 달려가지만 정호의 병세는 이미 깊을 대로 깊어졌고 희주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연우와 수희는 지칠 대로 지쳐 집안은 엉망이었다. 그러나 희주는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보듬어 안고 옛날을 추억하며 더 많은 사랑과 더 많은 위로로 치매 환자가 아닌 보통의 정호로 받아들인다. 새엄마의 진심을 알게 된 연우와 수희는 반성하고 뉘우치며 새엄마가 아닌 엄마의 고마움에 감사하고 사랑을 표시한다. 이렇게 정호는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희주의 품에서 생을 마감한다.
 
 
중간중간 웃기는 손흥민 배우, 일인 다역을 개성 있는 얼굴로 잘도 해낸다. 의사로 분장하여 의젓함을 보이더니 반짝이 의상을 입고 나와 한바탕 웃기더니 바바리코트를 입고 서점에 책을 사러 오더니 동네 사람이 되어 장기를 두다 싸우기도 하고 양념 역할을 아주 잘 해낸 것 같다. 아버지의 마지막 휠체어에서의 모습은 인간은 저렇게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울 엄마의 모습이 겹쳐졌다. 
 
85세로 아직은 총명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해마다 치매 검사를 본인 스스로가 나의 손을 잡고 보건소에 가셔서 하시곤 한다. 미안해서 "치매 검사 가요"라고 말을 못해 눈치만 보고 있노라면 보건소에서 온 우편을 손에 들고 감사하게도 본인이 먼저 가자고 하신다. 올여름에 치매 검사를 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20문제 중 18문제를  맞추셨다고 아주 총기가 있다시며 나더러도 해보라고 하셨지만, 내년에 하기로 하고 왔었다. 내년엔 나도 검사를 해볼 생각이다. 미리미리 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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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권성연
안녕하세요.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많은 조언 부탁 드립니다.친구도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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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유혜경 12월7일 오전 10:33
아프지만 따뜻한 연극이네요. 두아이에게 희주의 존재가 큰힘이 되었겄네요. 언니의 행운도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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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연 12월8일 오후 4:23
치매라는 병이 이 지구상에 왜 생겨났을까요? 죽을때까지 기억력 만큼은 멀쩡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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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연 12월8일 오후 4:23
치매라는 병이 이 지구상에 왜 생겨났을까요? 죽을때까지 기억력 만큼은 멀쩡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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