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슈톨렌'이 있는 분위기
 
딸아이가 유럽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 슈톨렌(Stollen)을 사 왔다.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고 일주일 후에는 성탄절이기도 해서 미리 샀다고 했다. 직장의 팀원들끼리 패키지로 가는 열흘간의 여행이어서 기념일과 성탄절에 자기는 집에 없을 거라고 하면서.
 
작년 꼭 이맘때 은행에 다니는 시동생 퇴직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두 저녁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30년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 하고 또 새로 시작하는 의미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 나는 동서에게 슈톨렌을 건넸다.
 
이따금 부부 동반해서 만나는 남편의 중학 동창의 딸이 일주일 전에 가톨릭 수녀의 ‘종신서원’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주면서 마치 꼭 결혼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했던 남편 친구 부인의 한 마디에 나는 알 듯 모를 듯한 감동이 일었다. 그게 꼭 10년 전이었다. 그리고 어제 그 부부를 만나러 청주 서운동의 성당에 갔다. 두 부부를 만나 시간을 함께하며 헤어지기 전 내가 준비한 슈톨렌을 선물로 주었다.
 
 
해마다 겨울 이맘때,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누군가에게 선물해야 할 때면 나는 ‘슈톨렌’이 먼저 떠오른다. 케이크도 다양하지만, 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인 슈톨렌은 상온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슈톨렌은 옛날 독일의 수도사들이 목덜미에서 어깨 위에 걸쳤던 반원형 가사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설과 아기 예수의 요람 형태로 만들었다는 다양한 설이 있다. 나는 한 덩어리의 기름한 슈톨렌을 볼 때마다 아기 예수의 요람에 더 기운다.
 
슈거파우더가 하얗게 듬뿍 뿌려진 슈톨렌은 보기만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실감 나게 한다. 말린 과일과 각종 견과류를 넣어 만든 발효 빵인 슈톨렌은 숙성될수록 더 달콤하고 촉촉해진다. 독일 사람들은 12월 초부터 슈톨렌을 만들어 일요일마다 1조각씩 먹으면서 성탄절을 기다렸다고 한다.
 
 
‘슈톨렌의 어원은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일반적으로 ‘말뚝’이라는 뜻의 고대 독일어 ‘슈톨로(Stollo)’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먹는 과자이기에 슈톨렌에 예수(Christ)를 붙여 크리스트슈톨렌(Christstollen), 바이나흐트(Weihnachten, 독일어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붙여 바이나흐츠슈톨렌(Weihnachtsstollen)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터넷검색 참고함)
 
작년 여름까지 근무했던 사회복지시설의 경력증명서가 필요해 얼마 전, 원장에게 연락했다. 언제부터 ‘한번 만나자’ 했었는데 연락만 주고받으며 서로 ‘그리워’만 하면서 봄여름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내가 바쁘면 빠른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원장님 댁에 직접 갈게요.’라고 말했다. 달달한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원장의 입맛에 슈톨렌은 아주 제격인 데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업 시켜줄 게 틀림없다. 얇게 자른 슈톨렌에 커피나 따뜻한 홍차, 혹은 감기에 좋은 허브차 한 잔도 잘 어울린다.
 
대전에서 괜찮은 슈톨렌을 사기 위해서는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에서 사야 더 만족감이 클 것 같다. 좋은 재료를 쓰기도 하지만, 그 빵집인 고집하는 운영방침에도 응원을 보내는 마음이 있어서이다. 대충 주물러 만든 것 같은 반죽 모양,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간 시간과 정성, 맛을 생각한다면 한참을 줄 서서 기다렸다가 계산해야 하는 수고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슈톨렌을 먹을 때는 기름한 케이크의 반을 우선 잘라 중간부터 최대한 얇게 약 5밀리 정도로 썰어 먹는다. 그다음 분리된 케이크 두 개를 붙여서 랩으로 씌운 다음 보관하면 절단된 면이 건조되는 걸 막을 수 있다. 한 달 정도는 상온에 놔도 괜찮은데 이후에까지 남을 것 같다면 냉동실에 넣어두고, 다시 먹을 때는 30여 분 후에 먹는다. 슈톨렌을 먹을 땐 우린 냉동실에 들어간 적이 없을 정도로 4주 이상 놔둔 적이 없다.
 
올겨울,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위로와 감사, 격려와 고마움, 사랑을 전하고 싶다면 슈톨렌이 있는 분위기를 만들면 어떨까? 슈톨렌 조각을 나눠 먹으며 입가에 묻은 슈거파우더를 서로 닦아주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식탁은 더 훈훈할 것 같다.
 

<시니어리포터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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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한미숙 (황토)
겸손한 사람의 기도소리는 구름을 꿰뚫는다 (집회서 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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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이호연 2018년12월24일
슈톨렌 재미있는 이름입니다. 정겨움이 가득한 리초터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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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2018년12월25일
겨울한철에 보이는 슈톨렌이라 다른 계절에는 잠시 잊기도 하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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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2018년12월24일
슈톨렌 함먹거보고싶네요 어떤맛일지 .. 즐거운 크리스마스보내시고 결혼기념일 미리 축하드려요 지난것은 아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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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2018년12월25일
고맙습니다. 기억하셨다가 가족들과 함께 맛보심 어떨까요? 기쁜 성탄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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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2018년12월24일
저도 한 봉지 사보아야겠습니다. 슈톨렌을.... 혀끝이 달콤할 듯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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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2018년12월25일
가족들이 둘러앉아 먹으면 더 달콤하겠죠. 슈거파우더를 묻히며 먹는 손주들 입가를 다정하게 닦아주실 것 같은 선생님. ^^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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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2018년12월24일
Weihnachtsstollen!~~~ Merry Christmas 복 가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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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2018년12월25일
성탄전야가 이제 막 지났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기쁜 성탄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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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2018년12월24일
슈톨렌 딱딱한 것 깨트려 먹는 것인가 했는데 이름을 착각했나봐요. 그건 아닌 것 같으네요. 한 때 유행해서 여러번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엔 슈톨렌 한 번 먹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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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2018년12월25일
겨울한철, 이맘때 가장 많이 생각나기도 하고 대전 성심당에는 슈톨렌으로 장식을 해놓으니 눈길이 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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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2018년12월24일
독일 전통 케이크인 슈톨렌이 좋네요. 녹지도 않고 오래 보관할 수도 있고 맛이 어떠신지 한번 맛봐야 하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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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2018년12월25일
서늘한 날씨에 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서 좋고, 다양한 차와 잘 어울립니다. 좀 달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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