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는 고려에서
 
아침부터 너무 바빠 탐방을 취소하려 했으나 동행하기로 한 샘이 계셔서 시간 여유도 없이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1시 20분에 이촌역에서 만나기로 해서 서둘렀던 만큼, 늦지 않게 적당하게 잘 도착했다.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늘 참석하기로 한 인원 25분 중 2분을 제외한 23분 모두 모였다.  
 
박물관이 더운 관계로 외투를 벗어 보관함에 맡기고 해설사와 대 고려전 관람을 시작했다. 우리 인원도 많은데, 해설사를 기다리고 있던 젊은이들은 더욱더 많았다. 필기도구를 들고 열심히 필기하는 청춘들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뿌듯하여 앞자리도 양보해 주었다. 밝아오는 우리나라의 앞날을 보는 듯했다. 이렇게 열심히 우리 역사를 공부하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있어 살맛이 난다. 
 
입구에는 '태조 왕건은 분열된 시대를 극복하고 통일 국가 고려를 세웠습니다.'라고 시작되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전시의 이야기는 고려 수도 개경에서 출발한다. 1100년의 지혜가 담긴 신비한 마법과 같은 세계를 느리게 걸으며, 고려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불교 미술을 살펴볼 것을 당부하는 글과 고려로부터의 선물이 이곳에 도착했으니 흐르는 강물처럼 긴 이야기를 모았고 천백 년 전 그 어느 날처럼 2018년 고려와의 결정적인 만남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쓰여 있었다.
 
[지옥의 모습을 새긴 목판]
                                           
[시왕경이라고도 하는 이 경전에는 인간이 죽어서 만나게 되는 지옥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제5 염라왕은 동그란 업경대에 비추어진 살아생전 지은 죄로 판결을 내린다.] 
 
멀리서 보면 뭔지 모르겠고 가까이에 가서도 구분이 어려우나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서 보니 그 시대에 했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으리만큼 정교했다. 
 
11월에 해인사에서 고려 대장경판이 도착하는 장면을 직접 가서 봤으나 가까이 보니 보관 자체도 너무 잘 되어서, 1098년대의 물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고려는 중국의 대장경을 가져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적인 고려의 대장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은 고려의 길고 긴 대장경 역사를 알려준다.
 
 
[화로의 센 불에 손수 차를 달이니 찻잔 빛깔과 차 맛이 서로 뽐내네, 향긋한 맛 입속에 부드럽게 녹으니, 내 마음 어머니 젖내 맡는 어린아이 같도다. -이규보] 
 
청자 의자에 앉아, 청자 받침에 살포시 올려있는 청자 국화 무늬 잔에 청자 참외 모양 병에 담긴 물을 따르면, 그 소리가 명쾌하고 차 맛이 절로 날 것 같다. 그 옆에 청자 구름, 학, 모란 무늬 장구를 두드리면, 그 소리 또한 강원도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소리 같음이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줄 것 같기도 하다. 저 모든 것을 어찌 자기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나전 국화함]
                                             
경전을 담는 함으로 아주 작은 노란 국화 모양 나전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있다. 지금으로서는 남는 거 없다고 만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자잘한 국화가 수없이 많이 만들어져 있으며 그 옛날 것임에도 불구하고 잘 보존되었으며 먼 나라 영국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 건데 왜 영국까지 가 있었던 건지 안타까웠다.
 
[청자 참외 모양 병] 
                                   
은은한 청자색에 나팔꽃이 활짝 피어 있듯이, 벌리고 있는 병 입구와 참외를 꼭 닮은 몸통은 누가 봐도 한여름 참외밭에 노랗게 익은 참외를 연상시킨다. 볼록볼록 참외의 겉모습을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짐이 너무도 잘 표현했으며, 아랫부분의 주름치마같이 한겹 한겹 주름을 잡음이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병이다. 너무도 아름다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수도 개경은 왕과 왕실, 중앙 관료 등 고려의 지배층 대다수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었고 이들을 위해 대내외 최고급 물산이 이곳으로 집결되었다고 한다. 외국산 수입품은 바다와 육로를 통해 개경으로 들어왔고, 고려의 각 지방에서 수취한 조세와 공물 역시 물길을 따라 개경에 도착했다고 한다. 태안 대섬 인근 해역에서 출수된 2만여 점이 넘는 도자기는, 지방의 최상품이 개경으로 향하던 모습을 보여준다. ]
 
출토된 물건 중엔 중국 물품도 있었으며, 그 당시 수출도 수입도 했음이 입증되어 보인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영문 명칭 코리아는 고려인이 사는 나라, 고려인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됨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곳에 쓰여 있는 글에는
 
[큰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물에 젖지 않는 연꽃같이, 저 광야에 외로이 걷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숫타니파타]  
 
[좋은 벗이란 첫째, 그대가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일깨워 주는 친구. 둘째, 그대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마음속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친구. 셋째, 그대가 괴로움에 처했을 때 그대를 저버리지 않는 친구이다. -이과경] 
 
[재물을 구한 뒤에는 그것을 나누어 4등분 해라, 1/4로는 음식 만들고, 1/4로는 농사의 밑천으로 삼고, 1/4은 간직하여 저축했다가 급할 때 쓰도록 하라. 나머지 1/4은 농사꾼이나 장사꾼에게 주어 이자를 나게 하라. -중아함경]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이곳까지 가길 참 잘했다. 고려 그 찬란한 도전은 이촌역 2번 출구 쪽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월 3일까지 전시하며, 입장료는 8000원으로, 경로는 무료이다.
 
[청자 칠보 무늬 향로로 향로를 받치고 있는 동물은 토끼]
                                

<시니어리포터 권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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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권성연
유어스테이지가 없어진다니 매우 섭섭하네요. 어디서 이렇게 많은 글을 써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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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윤옥석 2018년12월26일
코리아, 錦繡江山! 빛나고 永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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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연 2018년12월26일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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