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는 내 삶의 여정을 보여 준 역작
필자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이 작곡한 볼레로(Bolero) 음악을 즐겨 감상한다. 아주 미세하게 변주되면서 10여 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반복되는 것 같지만 모티브가 새롭게 진전되는 음악의 흐름이 감상하는 동안 진한 흥미를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의 마음속에는 볼레로(Bolero)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우연한 기회에 OST Francis Lai (Voc: Francis Lai & Liliane Davis)의 ‘Boris et Tatiana(보리스와 타티아나)’ 음악을 검색하여 감상하면서 영화 <Bolero Les Uns Et Les Autres 1981,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한글자막, 각본·감독-끌로드 를르슈>가 자동 검색되어 덤으로 영화까지 감상하게 되었다. 2시간 56분의 장시간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분위기를 Ravel의 Bolero를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이 Remake한 OST ‘Le Bolero de Ravel’이 잘 대변해 주었다.
 
영화와 음악이 완벽한 합의를 이룬 작품, ‘남과 여’, ‘파리의 정사’, ‘로베르와 로베르’의 감독 끌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가 제작, 각본, 감독을 맡은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의 원제목은 프랑스어로 ‘Bolero, Les Uns Et Les Autres 1981’이고, 영어로 ‘The Ones, The Others’인데, 이를 번역하면 ‘어떤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끌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감독은 고통의 시간을 딛고 위대한 삶을 산 네 명의 위대한 예술가의 삶에서 감동 받았고, 이것을 하나로 잇는 서사를 구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60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소련, 독일, 미국의 네 음악가 가족의 이야기. 즉,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와 무명의 여가수, 나치에 부역한 대가를 치르는 피아니스트와 자유를 갈망하며 망명을 시도하는 무용수, 그리고 그 2세들의 이야기가 프랑스의 반전 콘서트를 무대로 펼쳐진다.
 
클래식에서 재즈, 샹송 그리고 발레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관한 종합선물 같았던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Bolero, Les Uns Et Les Autres 1981)>는 영화가 시작되었던 1936년부터 1980년까지 반세기 동안 세계의 예술가들 즉,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망명했던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 20세기 지휘자의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재즈 뮤지션 그랜 밀러, 그리고 샹송의 전설이 된 에디트 피아프 등 멀리 떨어졌던 나라에서 각자의 예술을 펼쳤던 이들에게 영감을 받은 끌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감독은 이들을 연상시키는 등장인물들이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격랑을 견디고, 각기 살아온 기구한 인생 여정을 사실에 근거해서 한자리에 모이는 방대한 이야기를 1981년에 영화로 제작된 거대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는 두서너 가지일 뿐이다. 사람들은 치열하게 같은 일을 되풀이하곤 한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라고 퓨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윌라 캐더(Willa Cather)가 남긴 글을 읽어준다.
 
[영화 첫 장면에서 Bolero 음악에 맞춰 발레를 열연하는 세르게이]
 
볼레로 곡이 연주되면서 세르게이의 발레가 시작된다. 이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반복되는 처음과 마지막 장면이 같은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이다.
 
[타티아나(Rita Poelvoorde 분)는 오디션 심사위원이었던 보리스 이토비치(Jorge Donn 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Francis Lai의 ‘Boris et Tatiana(보리스와 타티아나)’가 연주되고 있는 장면]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된 세르게이]
 
[공연 후에 귀국하려다가 망명길에 오르는 세르게이]
 
[아들 세르게이의 발레를 어머니 타티아나는 텔레비전을 통해 본다]
 
1936년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단의 오디션에서 아쉽게 떨어진 소녀 타티아나(Rita Poelvoorde 분)는 오디션 심사위원이었던 보리스 이토비치(Jorge Donn 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들 세르게이(Jorge Donn 1인 2역)를 낳았다. 보리스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전쟁터에 나가게 되는데 죽게 된다. 남편을 잃은 타티아나는 아들을 세계적인 무용수로 키웠지만, 세르게이는 자유를 찾아 서방세계로 망명했다. 세르게이는 영화의 마지막 자선공연에서 강렬하고 아름다운 춤을 선보였고, 어머니 타티아나는 텔레비전을 통해 아들의 춤을 본다. 
 
1937년 파리의 카바레 폴리 벨제르의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인 시몬(Robert Hossein 분)과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안느(Nico le Gracia 분)는 결혼하여 아들 로베르(Robert Hossein 1인 2역)를 낳는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남편과 함께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 기차를 끌려가던 중 시몬은 금반지와 돈 그리고 주소를 전쟁이 끝나면 돌아오겠다고 적은 메모지와 함께 아들만은 살리기 위해 기찻길에 버려 생이별을 한다. 생이별한 안느의 절규하는 모습은 영화를 보고 난 지금도 가슴을 찡하게 했다. 강한 모성애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안느와 관련된 영화의 많은 장면을 포스팅한다.
 
[안느와 시몬의 결혼]
 
[수용소로 가는 기차에서 아들 로베르와 생이별하는 안느. 이 장면에서 안느는 통곡하다가 혼절한다]
 
[안느의 남편이 아들 로베르를 철길 옆에 버리고 수용소로 떠난다. 사진 중앙의 하얀 부분이 생이별한 안느의 아들 로베르이다]
 
[철길에 버리고 생이별했던 아들을 찾아 나선 안느]
 
[철길에 버렸던 아들을 찾아 나선 안느가 아들을 찾지 못하자 망연자실하면서 아들과 생이별했던 철길 옆에 앉아 있다. 이 장면이 필자에게는 영화 2시간 56분 전 과정 중에서 가장 가슴을 찡하게 했던 장면이다]
 
[정신요양원에서 어머니 안느를 생후 처음으로 만나는 아들 로베르]
 
[파리에서 열린 유니세프 자선 콘서트에 참석한 어머니 안느와 아들 로베르, 안느의 손자이자 로베르의 아들 패트릭이 평화에 대한 노래를 열창하고 있는데, 20년 동안 아들을 찾았던 어머니 안느는 아들 로베르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 말이 없다]
 
[안느의 손자이자 로베르의 아들 패트릭이 평화에 대한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한편, 기찻길에 버렸던 아들 로베르는 신부의 보호 아래 성장하여 파리에서 유명한 변호사로 성공하지만, 수용소에서 남편을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안느는 2주마다 20년 동안 아들을 찾아 아들과 생이별했던 기찻길 주변을 맴돌며 비극적인 삶을 살다가 기억을 다 잃고 요양원에 들어간 뒤에야 아들과 재회하게 되는데, 가수가 된 손자가 자선 무대에 올라 인류애에 호소하는 평화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독일인 피아니스트 칼 크래머(Daniel Olbrychski 분)는 20살 때 히틀러와 나치 장교들 앞에서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여 찬사를 받았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유명 지휘자가 된 칼과 아내 마그다]
 
[매진되었다는데 관객은 단 2명 앞에서 공연을 지휘하는 칼, 나치 장교 앞에서 연주했다는 칼의 공연 입장권을 전량 유대인들이 산 후 입장하지 않은 것이다]
 
독일인 피아니스트 칼 크래머(Daniel Olbrychski 분)는 20살 때 히틀러와 나치 장교들 앞에서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여 찬사를 받았다. 전쟁포로가 되었다가 귀환한 그는 최고의 지휘자가 되었지만, 히틀러와 악수한 사진 때문에 나치 부역자란 낙인을 달게 된다. 자신도 전쟁의 피해자이며 모든 독일인을 게슈타포로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당부한 칼은 자선공연의 지휘자로 서게 된다.
 
[에블레와 칼 사이에서 난 딸 에디뜨]
 
[아나운서에 지원한 에디뜨, 아나운서가 되어 파리 유네스코 적십자 자선공연에 사회자로 나선다]
 
절망의 계절을 운명처럼 여기며 살아온 프랑스 무명 가수 에블린(Evelyne Bouix 분)은 전쟁이 끝난 후 독일 장교와의 사이에서 에디뜨(Evelyne Bouix 1인 2역)를 낳고,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못 이겨 자살한다. 남겨진 딸 에디뜨는 훗날 아나운서가 되어 자선공연 무대에 참여한다.
 
재즈뮤지션 에끌레는 군악대를 이끌고 참전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파리 시민들에게 음악으로 기쁨을 선물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그는 딸 사라를 가수로 키우는 일에 삶을 바쳤고, 아버지의 희망에 부응해 세계적인 가수가 된 사라는 자선 무대에 서서 볼레로의 스캣송을 부른다. 
 
[유니세프 자선공연에서 지휘하는 칼]
 
[Bolero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세르게이의 발레가 끝나는 장면]
 
[2차 세계대전의 격랑에 휩쓸렸던 예술가들이 그들의 후손들이 파리의 자선공연 무대에 모였다]
 
2차 세계대전의 격랑에 휩쓸렸던 예술가들이 그들의 후손들이 파리의 자선공연 무대에 모였다. 타티아나의 아들은 무용가로, 안네의 손자와 글랜의 딸은 가수로, 칼은 지휘자로, 칼의 딸 에디뜨는 아나운서로 마주하게 된 무대, 그 공연은 1980년대가 되어도 여전히 굶주림과 전쟁이 끊이지 않은 세상에 사랑과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하는 자선 무대이면서 예술가의 반생애가 응축된 감동의 무대였다. 
 
영화에 쏟아지는 찬사는 음악에 집중된다. ‘쉘부르의 우산’의 음악을 담당했던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과 ‘남과 여’에서 신서사이저로 절묘한 프랑스적 멜로디를 창출해낸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이 두 프랑스 영화 음악의 대변자들이 손을 잡고 거대한 영화 음악의 재창조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두 사람은 5년의 작품 구성 기간과 1년 4개월에 걸친 촬영이 필요했던 이 영화의 음악을 기꺼이 감당했다.
 
영화 속의 사람들, 2차 세계대전에 수용소에서 간신히 살아남고, 생과 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회생한 그들과 그들의 후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자선공연 무대였다. 유니세프와 적십자가 함께 주관한 공연,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토로카데오 광장에서 열린 이 무대를 아우르는 것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마지막 오케스트라 작품 볼레로(Bolero)였다. 발레리나 타티아나의 아들 세르게이가 볼레로(Bolero)의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은 조용한 움직임으로 시작해서 점점 더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가수들의 스캣송이 가미되면서 점점 더 고조되다가 마지막에 군무와 더불어 웅장하게 끝이 난다.
 
인류의 평화와 사랑의 마음이 모인 자리, 에펠탑에 걸린 적십자의 깃발이 선명하게 보이는 파리의 자선 무대는 각자의 삶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둥글게 모이는 사랑의 자리와도 같았다. 거기에 흐르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이 작곡한 볼레로(Bolero)는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음악,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 같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두서너 가지일 뿐이다. 사람들은 치열하게 같은 일을 되풀이하곤 한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라고 퓨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윌라 캐더(Willa Cather)가 남긴 글로 이 영화는 시작하는데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이 작곡한 볼레로(Bolero)처럼 같은 테마가 조금씩 변주되며 반복되는 것이 삶인지도 모른다는 정서 속에 반세기에 걸친 다른 여정이 마지막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영화가 사랑한 음악, 영화와 음악이 혼연일체가 된 끌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감독의 1981년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이 영화에 등장한 OST로,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Voc : Francis Lai & Liliane Davis)의 ‘Ballade pour Ma Memoire(나의 추억을 위한 발라드)’, ‘Paris des Autres(타인들의 파리)’, ‘Boris et Tatiana(보리스와 타티아나)’,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의 ‘Serenade for Sarah’, ‘Un Parfum de Fin du Monde(이 세상 끝의 향기)’ Ravel의 Bolero를 Remake한 ‘Le Bolero de Ravel’ 등이 소개된다.
 
영화 ‘Bolero Les Uns Et Les Autres 1981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는 https://youtu.be/XghtVMg0lIk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천태만상인 것 같은 인간의 삶은 결국 두서너 가지의 형태일 뿐이라는 전제로 시작된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가족이 철저하게 해체되는 과정에서도 앙상한 가지에서 봄이 돌아오면 새싹이 돋아나듯 그 후손들이 또 다른 희망의 새싹으로 자라나 인류의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는 희망을 보여 주고 있다. 
 
1981년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한 ‘Bolero Les Uns Et Les Autres 1981,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는 비록 그래미상은 받지 못했지만 영화음악의 두 거장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와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의 탄탄한 뒷받침으로 영화는 더욱 빛을 발하여 명작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되었다. 영롱한 아침 이슬처럼 사랑과 슬픔이 중첩된 이 영화가 준 감동이 오래갈 것 같다. 지금 필자의 귀에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이 작곡한 볼레로(Bolero) 음악의 무한 반복되는 음악이 들려오면서 가슴에는 감동으로 가득 차고 있다.
 
Tip.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볼레로(Bolero)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 작곡한 관현악곡 No.2 볼레로(Bolero)는 1928년 서양의 20세기 음악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아주 동양적인 음악이다. 변화가 거의 없이 단순한 멜로디가 무한의 반복되면서 미묘하게 조금씩 변화되어 주술적이고, 제의적인 분위기를 이루는데 이러한 형식의 음악이 미국에서 60년대에 미니멀 뮤직(Minimal Music)이라는 이름으로 붐을 이루었으며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볼레로(Bolero)가 그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포스팅한 모든 사진의 출처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Bolero, Les Uns Et Les Autres 1981)> 영화에서 캡처하였음.
                                              
추천하기4
  • 페이스북 공유 트윗터 공유 Google Plus 공유
시니어리포터 이호연 (afterglow)
좋은 친구 분들과 이웃하고 있는 Yourstage는 저의 제 2 고향입니다.
Copyright ⓒ 시니어파트너즈 & Yourstage.com 저작권은 시니어파트너즈에게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임경남 2018년12월27일
철길에 버려진 아기를 찾으려고 엄마는 얼마나 애가 탔을까! 결국 아들은 찾았으나 정신 이상 증세로 인해.... 우리나라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이산 가족이 생겼고 요즘에도 간간히 헤어진 가족을 찾았다는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감동적인 영화 스토리 글 잘 읽었습니다.
답글쓰기
이호연 2018년12월27일
네, 임정남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도 오늘 다시 읽어 보았는데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나려했습니다. 영화로 다시 한전 더 보려고 합니다.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답글쓰기
최고
사랑
기쁨
슬픔
응원
놀람
감사
선택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