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의 '동지팥죽 이웃과 나눔 행사' 참관기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세시풍속이 있다. 필자는 나름대로 이 세시풍속은 정말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건강생활의 한 단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삼복에 삼계탕을 먹는 습관을 보면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식생활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60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추운 겨울(동짓날)에 동지팥죽을 쑤어서 수수 빗자루에 동지팥죽을 묻혀 온 집을 빙 돌아가면서 벽에 붉은 팥죽을 뿌리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이 아주 강인하게 인식되어서 해마다 동짓날이 돌아오면 어렸을 때 보았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그 이후로 동지팥죽 먹어 보지 않고 지내온 지가 어언 40여 년이 된 듯싶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고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고 한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 설’이라는 의미이다. 그 풍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다고 한다.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疫神)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동지팥죽을 쑤어 악귀(惡鬼)를 쫓았다는 것이다.
 
[60여 년 만에 만들어 본 동지팥죽에 들어갈 ‘새알심’]
 
지인으로부터 전등사에서 동지팥죽을 쑤어서 이웃과 함께 나눔 행사를 하는 데 동참해 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귀에 솔깃했다. 오랫동안 먹어보지 못한 동지팥죽을 쑨다는 말에 단박에 혹하여 참가하겠다고 수락했다.
 
2018년 12월 20일 목요일에 동지팥죽을 쑤기 위한 ‘새알심’을 빚는다는 것이다. 12시 30분부터 40여 명이 2시간 30분 동안 새알심을 빚었다. 정말 60년 만에 빚어 본 새알심이다. 어렸을 때 만들어 보았던 새알심이 바로 눈앞에 놓여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쉽게 생각한 새알심 빚기였는데 처음에는 잘 만들어지지 않고 쌀가루 반죽이 푸석푸석 흩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단 압력을 주어서 쌀가루 반죽을 뭉친 다음에 두 손바닥 사이에 놓고 비비니 새알심이 빚어졌다.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이 있던가? 새알심을 빚으면서 몇 사람 분의 동지팥죽을 쑤느냐고 여러 번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께 여쭈어보니 3천 명분을 쑨다고 했다. 입이 쩍 벌어졌다.
 
[12월 22일 점심때 먹은 동지팥죽]
 
빚은 ‘새알심’으로 동지팥죽은 12월 22일 쑤어서 점심때 동지팥죽을 먹고 1인당 컵 동지팥죽(필자가 명명한 이름으로 큰 컵에 동지팥죽을 담았기 때문에 컵 동지팥죽이라함)을 1개씩 배당받아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행사를 하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 보는 동지팥죽이다. 감회가 새롭다.
 
[이웃에게 나눠 주기 위해서 배당받은 컵 동지팥죽]
  
점심시간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이분들이 이웃에게 나눠줄 것까지 그리고 전등사 자체적으로 오후 2시부터는 정류장에서 선착순으로 500명에게 또 컵 동지팥죽을 나눠 준다니 새알심 빚으면서 들었던 3천 명 분의 동지팥죽이라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춥고 으스스할 때 따끈한 동지팥죽 한 그릇은 정말 큰 위로를 줄 수 있는 좋은 행사임이 분명하다.
  
[전등사에 들르러 오신 보살님께 컵 동지팥죽을 드리다]
 
점심으로 동지팥죽을 배불리 먹고 귀가하는데 전등사에 들르러 오셨다가 귀가하시는 보살님을 만났다. 점심 드셨느냐고 여쭈니 아직 먹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들고 있던 컵 동지팥죽을 드리니 극구 사양하시면서 거사님의 보살님 갖다 드리라고 하셨다. 필자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드려야 하는 컵 동지팥죽이므로 반강제적으로 내밀 듯 드렸다. 극구 사양하기는 하셨지만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받아 주셨다. 필자 역시 마음이 훈훈하고 기뻤다.
 
따끈한 동지팥죽! 쑤어 먹기가 쉽지 않다. 이런 동지팥죽을 쑤어서 많은 분에게 잡수도록 대접하는 전등사의 ‘동지팥죽 이웃과 나눔 행사’는 정말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온 세상에 두루 펼치는 거룩한 행사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이웃에게 나눠드리는 컵 동지팥죽을 보살님에게 드리고 나니 필자 역시 진한 감동과 행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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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이호연 (afterglow)
좋은 친구 분들과 이웃하고 있는 Yourstage는 저의 제 2 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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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박옥희 2018년12월29일
선생님의 따뜻한 사진과 글입니다 팥죽을 나누듯이 좋은 사진 글을 함께 했습니다 팥죽에는 동치미기가 제격이듯이 울에게는 유어스테이지가 제격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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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2월29일
박옥희 친구님 반갑습니다.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찾아주시고 댓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안단테로 사진방에서 늘 반갑게 뵈었는데 이제 이 아름다운 동행도 추억의 한 장이 되는군요. 거듭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우리에게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어려운 가운데서도 귀한 Yourstage 마당을 마련해주신 이사장님과 관계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올립시다. 늘 행곡하시고 늘 강녕하십시오. 박옥희친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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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2018년12월28일
저는 못먹었어요 아파서 병원에 다니느라고 깜박 잊고 지나처 버렸네요 ㅎㅎ 새알심 만드시고 전달까지 고생하셨어요 많은일들을 하시네요 이렇게 이호연님글을 보고 웃기도 하고 감탄도 하고 그랬는데 이젠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니 넘 아쉽네요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좋은 일들만 그리고 건강도 챙기시고요 어디서 또 만날수있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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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2월28일
김이라 친구님! 건강이 여의하디 못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인연이라면 또 어떤 계기로 만나겠지만 건강은 스스로 챙기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나는 건강해진다라는 강한 마음을 가지시고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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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2018년12월28일
좋은 음식 잘 드시고, 새해 강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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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2월28일
늘 깊은 감동을 짧은 말씀으로 전해주신 감동을 잊지 않겠습니다. 윤옥석선생님의 건승을 가원해 올립니다. 새해에도 늘 강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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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길 2018년12월28일
동지 팥죽을 안 먹으면 서운하지요. 좋은 행사에 참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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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2월28일
네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는 동지팥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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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2018년12월28일
저도 올해는 제가다니고있는 보문사에서 가져온 팥죽에 이웃동네에서 갖다준 동치미국에 푸짐했는데 제가 중학교때 소풍간 전등사에갔으면 새알까지 먹을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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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2월28일
좋은 추억은 늘 삶의 할력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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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식 2018년12월28일
저도 올해는 제가다니고있는 보문사에서 가져온 팥죽에 이웃동네에서 갖다준 동치미국에 푸짐했는데 제가 중학교때 소풍간 전등사에갔으면 새알까지 먹을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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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2월28일
네, 이송식선생님! 중학교 때 전등사로 소풍 오셨었군요. 12월 31일에 오시면 덕국 드실 수 있습니다. 추억은 늘 신바람 나게 해 줍니다. 좋은 추억 안고 계십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침에 접한 Yourstage 서비스 중단 사전 안내문은 충격입니다. 그 동안 많은 애로가 있으셨을텐데도 전혀 언급을 않으신 Yourstage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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