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몰을 바라보며
 
해가 집니다. 일몰이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파랗게 얼어붙은 허공에 길을 내는 바람도 부산해 보입니다. 바람이 낸 길을 따라가면 성당 종소리가 이명처럼 다가오던 옛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나뭇잎 하나를 쥐고 있던 내 손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습니다. 안개가 걷히자 실이 끊긴 연처럼 아주 멀어만 보이던 동네 앞산이 그림처럼 다가섭니다. 
 
문득 길 한가운데 멈춰서며 시간의 무상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짧은 여름밤 긴 꿈을 꾸다 막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일 뿐인데, 그새 1년이 끝자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막의 낙타처럼 힘에 겨운 짐을 지고 걸어왔습니다. 막상 그 짐들을 내려놓을 때라고 생각하니 허망함이 듭니다.
 
'의연하자. 게을리하지 말자, 추하지 말자.' 살면서 마음의 채찍을 들고 스스로를 일깨워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치 한 시대가 끝나는 듯한 적막한 감회에 젖어들게 되는 지금입니다. 그러나 그 어설픔은 잠깐이면 사라집니다.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때가 바로 새로운 출발이며 시작'이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고마운 손길이 느껴집니다.  
 
 
새로 밝아올 1년을 내 인생의 마지막 전환기라고 생각해 봅니다. 또 한 번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는 다짐을 하건만 두려움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내 생명은 나 자신의 것이 아니니 훨씬 더 부담스러웠다고 할까요.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태어난 존재이기에 마지막 내가 돌아가는 그날까지 빌려서 산 시간 동안 내가 한 일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을 내 능력만으로 해낸 것이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젊었을 때는 그 모든 것을 나의 것이라고 생각한 우매함 하나만으로 삶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래서 간혹 내 뜻과 어긋날 때면 잃어버리고 빼앗긴다는 생각에 억울해하고 슬퍼했던 것입니다. 10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청산하고 사랑이라는 신념 하나로 가정생활을 해나갔지만 중간중간 직장에 대한 아쉬움이 머리를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나고 익숙해지면서 가정이 주는 의미가 내 안에서 커져갔던 것이지요. 
 
나는 이제 겸허하고 정중하게 일몰의 시간을 지키듯 바라봅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이별 앞에서 의연해야겠습니다. 사람의 노쇠도 고독도 그리고 마지막 생의 소멸 그 자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받아들임은 주어진 것을 겸허하게 순명한다는 각오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기치 않게 오는 기쁨 앞에서도 언젠가는 다시 그 시간이 사라질 때를 위해 대비해야 합니다. 눈앞의 기쁨에 탐닉하지 말고 또 그 기쁨이 사라지고 난 뒤의 적막함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삶은 두 개의 험한 골짜기에 걸린 가느다란 외줄다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가 지기 전에 다리 저편으로 건너가려면 처음과 같은 신념으로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이제 새로운 태양이 떠오릅니다. '변화란 단지 삶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 그 자체다(Change is not merely necessary to life- It is life.)'라고 앨빈 토플러가 한 말을 상기해봅니다. 어제의 '나'는 없습니다. 
 

<시니어리포터 이승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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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이승필 (clara)
'우리' 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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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안영기 1월12일 오전 10:18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이곳에 계신 씨니어 분들과 함께 서운한 생각이 듭니다. 이곳의 씨니어 공간이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과 같이 좋은 공간에서의 만남이었는데 싸이트 폐쇠에 서운함이 있군요. 그동안 알고 지냈던 여러분들에게 작별인사를 드립니다. 이승필님에게도 모쪼록 건안하시길 비오며 여러분들 건안하신 노후 생활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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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1월12일 오전 11:36
뒤늦게 폐쇠한다는 소식을 접하셨군요. 우리 모두 같은 아쉬움입니다.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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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월10일 오전 10:37
사이트 폐쇄소식에 황망해서 글을 읽을 수도 댓글 쓸 여유도 없었습니다.
사이트 폐쇄 직전까지 인삿말을 아끼고 싶어서 미뤘는데...
네이버 카페 개설 소식에 달려가서 오시는 분들이 서먹하실까봐 마치 주인인양 활동하고 있어요.
행여 오시려나했는데 댓글보니 네이버를 안하신다고...
그래도 선생님의 귀한 글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인삿말은 아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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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1월10일 오후 12:26
알고 있었어요. 우린 특별히 관심 갖거나 애쓰지 않아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괜한 걱정을 드렸군요. 미안하고 섭섭한 심정 이루 다 어찌 표현하겠어요. 하루 이틀 쬐다 만 불도 아닌데... 글이야 많고 많고 많으니 어디서든 보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또 알아요. 저도 거기 들어가게 될지. 드 동안 많이 수고하셨어요. 부산에 갈 계획을 하고 있으니 그때도 만나고요. 고맙다는 말씀 아끼지 않을게요. 그리고 건강도 챙기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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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2018년12월29일
2018년이 저물고 있지요만 내일은 새로운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지요 허나 선생님의 글이 한해를 보냄보다 더 이별을 예견한 듯하여 더욱 마음이 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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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30일
박옥희님, 그만 슬픔을 걷어요. 뜻이 있는 한 우린 어딘가서 꼭 다시 만나게 될 거라 믿어요. 그 둥안 많이 고마웠고 생각 속에 늘 함께 할거라고 약속해요.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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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희 2018년12월29일
우리 모두인제 이별인가요? naver 에서 만나요, 전 유어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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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30일
그렇다네요. 갑자기 온 이별 앞에 서게 됐지요. 전 naver를 안 합니다만, 하게 될 땐 만나요.
l wish you have the most brilliant new year and be heal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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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 2018년12월29일
선생님!..누구나 사람이라면,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입니다,,현재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자리가 과연 올바른 자리이고 위치인지,,그래서 올 때와 갈 때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을 두고 현명하다고 한 모양입니다..아침 시니어뉴스 클릭하며서 망연자실했습니다,,저에겐 살아 생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선생님을 다시 어디에서 댓글 한 줄 인삿말이라도 남길 수 없다는 생각에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이지만 마냥 아쉬운 마음입니다,,그냥 내내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시라고 기도할 따름입니다,,,,혹여 다른 곳에서 선생님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세밑이 가까워졌는데 ..마지막 며칠 남지 않은 12 월의 년말을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동안 따뜻한 질책과 격려 감사드립니다,,,안녕히 계십시요,,,,대구에서 요셉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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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29일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모두 망연자실한 모습과 글들. 사람이니까, 더구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서 애틋한 감정이 더한 것 같아요. 새해엔 병원 덜 드나드시고 글 많이 쓰셨으면 해요. 해 드린 것 없이 받는 인사가 짐이 되네요. 새 포부에 가득찬 2019년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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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2018년12월29일
항상 올려다보고 생각해야만 알아 채릴수 있는 수준 높은글 대할수없다니 정말 섭섭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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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29일
같은 생각, 같은 아쉬움으로 한해의 일몰 앞에 서게 되었군요. 섭섭한 마음을 다 쓴 일기장에 접어 놓으며 안녕히라고 밖엔. 몸도 마음도 함께 건강하시라고 손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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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2018년12월28일
한해를 보내며 또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생각했던거 마음먹었던것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쓰며 살앗던지 이승필님을 글을 보니 다시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 올 한해 마무리 잘하세요 건강도 챙기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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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28일
저는 그냥 이승필이 아니라 김이라님의 어머니 나이랍니다. 나이 자랑은 보통 하지 않는 거라지만 이젠 우리가 다시 만날 기회도 없을 것 같아서 털어놓습니다. 새해 잘 맞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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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2018년12월28일
'우리' 말을 좋아 하시는 멋진...님~ 새해 복 가득하시고, 강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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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28일
ㅎㅎ 저도 같은 말로 인사드림을 양해해 주세요, '회자정리'라더니 갑자기 헤어지게 됐네요, 부디 건강하시라고, 짧을수록 길어질 여운이 짐스럽기만 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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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2018년12월28일
선생님의 오늘 이 글이 한글자 마다 오롯이 새겨집니다. '변화란 단지 삶에서 필요한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라는 말씀을 노트에 적어놓았습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그동안 글로 만났던 선생님들 익숙한 사진속의 얼굴들이 떠오르며, 마치 해야 할 말을 잊은 듯 언제 만날지 모르는 이별앞에 허둥대고 있습니다.

문만 열면 언제든 찾아와 보고 읽고 느끼고 다짐했던 시간의 한 축이 사라지는 이 허전함을 어떻게 할지, 선생님의 글을 되짚어 읽으며 이별앞에 의연해지려고 하지만 콧등은 벌써 맵습니다.

'예기치 않은 기쁨'도 또 그 기쁨이 사라지는 적막함도 대비하고 잘 다스려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을 새깁니다. 그동안 앞질러 가거나 주춤했던 저를 글로 다스려주셨던 선생님의 글을 다시 뵐 수 없는 게 못내 안타깝습니다.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고 새해의 평안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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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28일
세상 일이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오는 법이란 걸 다시 실감하게 되는 군요. 저의 경우엔 그렇지 않아도 오늘내일 그만 하차할 계획이었으니 감회가 그다지 심각하진 않지요. 한미숙님은 막 재미를 붙였는데 어쩌나 싶네요. 모쪼록 건강하고 어머니 병 수발에 전념하셔야 후회가 적을 것입니다. 안 보여도 기도 잊지 말자고 먕속해요 우리. 하느님 돌보심에 모두를 맡기며 이만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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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2월28일
일몰을 바라보시면서 삶을 관조하시는 이승필선생님의 잔잔한 미소를 느낍니다. 부디 고요함 속에서 새로운 삶의 행복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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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28일
무언가를 예견한 듯 마지막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저도 같은 생가가입니다. 라는 말로 연말과 이별의 뜻을 대신하겟습니다. So do l and C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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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덕 2018년12월28일
유어스테이지가 저물고 있네요. 이제 선생님의 글을 어디서 보지요?
어디에 계시던 늘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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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28일
떠나는 자는 본래 말이 없어야 한다던가요? 어디서든 읽게 되겠지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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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남 2018년12월28일
선생님의 자서전 같기도 하고 頌歌 같기도 합니다. 저 역시 한해를 보내는 마음이 쓸쓸하고 외롭기 그지 없습니다. 나이를 한살 더 먹어 가면서 일말의 불안이 엄습해 오는 것 같은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내년에도 금년 처럼 건강하게 살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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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필 2018년12월28일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어쩌죠. 이별의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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