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느리게
 
언제부터 늙었다고 생각하고 은퇴를 결심했는지를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은퇴에 따른 골든 룰 (GOLDEN RULE) 한 가지는 확실한 기억이 있다. 나이 들어 은퇴하면 시간 부자가 되니 천천히 쉬엄쉬엄 놀며 살아야 한다고. 그래, 그것도 은퇴에 따라붙는 특혜처럼 기대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그런저런 풍족한 시간을 써버리기도 전에 앞뒤가 바뀐 듯한 은퇴 지침서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쉬엄쉬엄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육체적 퇴행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집 정원 돌봄에 빠른 삽질이나 곡괭이질은 이삼일 몸살로 이어져 곤욕을 치른다. 그러니 천천히 쉬엄쉬엄해야만 다음날 그래도 견딜 수 있으니 말이다. 한창 젊을 땐 집안 이 층 오르내림에 난간이 무슨 필요가 있었나. 어느 날 새벽 일찍 일어나 내려가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서 삐끗해 다친 무릎 때문에 몇 개월 고생했든가. 난간을 붙잡고 계단을 하나씩 둘씩 조심조심 확인하며 천천히 내려오게 만들어 놓는다.
 
산행하다 팔 길이만 한 도랑을 훌쩍 뛰어넘다가 헛발을 디뎌 엉덩방아 찧으며 옷이 다 젖어 얼마나 불편한 산행을 했었든가. 또 조심조심 천천히 두드리며 오르고 내릴 수밖에. 눈이 살짝 온 아침, 조간 빨리 주우러 나가다 미끄러져서 몇 날을 방치가 아파 끙끙했든지 그 후부턴 등산화 신고 신문 주우러 천천히 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
 
높은 천장에 백열등 갈려고 사다리에 올랐다가 떨어질 뻔해 혼비백산하고 조금 떨어져 사는 아들 불러댄 지가 꽤 오래됐다. 그 좋아하던 농구도 손자들하고 몇 분만 뛰면 숨이 차서 헉헉거리니 느릿느릿 자유투로 승부를 겨뤄본다.
 
잔소리 박사 마님은 웬 운전이 그리 느리냐고 흉을 본다. 많은 다른 차에게 추월당하니 그랬는지 모른다. 그도 비가 오는 날 밤 운전은 불빛이 복잡다단해서 더욱 천천히 다녀야 한다. 천천히... 그것이 사고보다 백배 낫지 않나 해서다.
 
인터넷 바둑도 가능하면 1시간 이상의 방을 설정한다. 추가로 나보다 약한 급수를 택해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돌을 놓는다. 천천히 중간 개가도 하며... 뭐 승부가 그리 중요한가? 서두르다 보니 대마도 곧잘 죽는다.
 
밥을 먹을 때 오래 씹으라고 한다. 그러니 천천히 먹고 천천히 삼킨다. 어느 날 급한 일이 있어 빨리 먹고 복통이 와서 쩔쩔매다가 혹시 맹장이 아닌가 해서 인터넷에 증세를 체크하고 급하면 응급실로 가려고 준비했다. 상비약 몇 알 먹은 후 다행히 가라앉아 ‘천천히’가 복음처럼 자리매김했다.
 
천천히 치는 골프로 뒤따라오는 팀에 방해가 되어 패씽(passing) 시키고 천천히 느리게 진행한다. 다행히 모두 익은 시니어들이 한 팀이 되니 합의하는 데 문제가 없다. 특별히 양보를 좋아하고 남을 잘 배려하는 미국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웬만하면 양보하며 천천히 천천히 살아감이 생활화된 지 꽤 오래다. 그것도 천천히의 바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엔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가 아니라 몸이 빨리 움직이질 못하니 모든 것이 슬로우 슬로우 하게 된다.
 
구태여 천천히를 미덕처럼 지침 함은 전말이 전도된 듯해서다. 천천히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젠 빨리빨리 하라면 한 달도 못 살고 죽을 것 같다. 이 몸뚱이로 케이 팝(K-POP) 가수들의 몸동작을 흉내 낼 수 있겠나? 천천히 하래도 못한다. 몸이 말해준다는 명언을 정답으로 본다.
 
그나마 몇 번 감사함은 천천히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음이다. 천천히 살다 보니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오를 때 못 보았던 들꽃을 내려갈 때 보일 때도 더러 있다. 여유로움의 보너스가 아닌가. 마치 급히 올라가 실수하며 교만 떠는 자들보다 낮은 자리에서 겸손히 천천히 돌아보며 낮아서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배려하며 보살피는 풍성한 인생살이가 좋을 것 같다. 급할 것이 무엇 있겠나. 그렇지 않아도 빠른 세월 천천히 느리게 늘려서 살아감도 삶의 지혜가 아닌가 해서다.
 

<시니어리포터 정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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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포터 정호영
안녕하세요.감사함이 삶의 지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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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정호영 1월11일 오전 3:56
미련은 참 ㅁ근질긴듯합니다. 만드는듯합니다. 혹시나해서 오랬만에 열어보니 좋을 소식이 있군요 .
감사 감사 합니다. 찿아기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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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1월10일 오전 10:27
처음에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글이 유어스테이지 사이트 폐쇄를 마치 예상하신 것 같아서 먹먹했습니다.
특히 법기수원지 벚꽃 소식을 어디에서 전해드릴까 했는데
네이버에 유어스테이지 카페가 개설되어서 다시 소식전할 수있게 되었답니다.
https://cafe.naver.com/yourstage01

네이버에
가입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이곳에서 쌓은 고운정을 나눌 수 있어서 아쉬움이 조금 덜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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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자 1월2일 오전 11:08
처음에는 머리가 텅 빈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이제사에 뼈저리게 그동안 유어스테이지가 저에게 (유어의 모든분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얼마나 희망을 주었는지를 느낍니다. 이른 아침 출석 도장을 찍으며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였고, 저녁이면 모든 분께서 올리신 글을 읽고, 아름답고 신기한 사진을 감상하며 저도 함께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였습니다. ... 이제 저도 선생님처럼 천천히 느리게 가렵니다. 지난 번 만나 뵐 기회가 없은 것이 제일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생각만으로 지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선생님 천천히 느리게 건강하시며 오래오래 행복을 느끼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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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1월2일 오후 6:09
또 다른 기회가 있겠지요... 그기회를 위해서 더욱 건강에 힘써야 하겠읍니다..
금년 가을에 다른 나라 여행 길에 한국에 스탑바이 할예정 인데 꼭 뵙도록 해 보겠읍니다. 고향 선배님하고... 그간 베푼 친절과 여러기지 추억들 감사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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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2018년12월29일
맟읍니다.. 미국 동부에 살고 있읍니다.. 뻥 뚤린 기분입니다 허전하구요. 이건 무언가 한국주무 기관에서 질못 대해주는것같읍니다. 특별히 씨니어들한테. 지켜볼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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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환 2018년12월29일
미국문화에 접하다 보니라는 글귀에서 미국에서 사시는 교포분임을 느낍니다. 그래요 은퇴하면 시간 부자이지요. 건강하니 천천히 사세요. 이제는 유어스테이지도 문을 닫는다 하니 영 섭섭하네요. 어데가서 이런 시니어분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뵈어야 할지요. 마음이 영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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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라 2018년12월28일
맞는 말씀같아요 천천히 저도 급하게 해서 낭패본적도 있고 넘어져 다친적도 많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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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2018년12월29일
저한테는 큰 격려를 주신분인데... 어떻하지요 섭섭해서.. 또디른 만남의 기회가 있겠지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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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희 2018년12월28일
ㅎㅎㅎ~~쉰살을 넘긴 어느날부터 제 삶의 모토는 '천천히 느리고 드디게'로 삼았습니다. 하여 음악에서도 느리게는 뜻하는 안단테로 닉네임을 삼았지요...ㅎ 제가 아무리 느리고 더디게 살고 싶어도 세월은 그러하지 못하다 싶습니다. 또 한 해가 바뀌고 나면 유어스테이지도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마음이 착잡합니다....특히나 운전은 과속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된다고 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속도를 유지해야 하지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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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2018년12월29일
애교 넘치는 글발 당분간 대할수 없다니 섭섭합니다.꽤나 오랜동안 이어져온 정감 섭섭합니다. 혜여짐이... 가내 평안하시고 건강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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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석 2018년12월28일
좋은 말씀과 함께, 새해 강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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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2018년12월29일
형님같으신 윤회장님, 좋은 인연이 다른곳에서 이어졌으면 합니다.정말감사합니다.
건강하사고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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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2018년12월28일
천천히의 맏고이 절로 느껴지는 귀한 말씀으로 느껴집니다. 부디 슬로우살믕로 여유롭고 건강한 삶이시길 빕니다 2019년 새해에도 여ㅓㄴ히 천천히 삶이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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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2018년12월29일
어디에서 만나보지요? 선생님같이 좋은 분을 ....비가 많이오느날 우산없이 비맟고 홀로 서있는 기분입니다.다른 기회가 있겠지요.그간 베프신 호의 감사드립니다.늘 건강장수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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